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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우리는

우리는... ... 31

 "하진아 넌 무슨 음식 좋아해?"
 "음... 된장찌개?"
 "뭐야? 그렇게 평범한 걸?"
 "누님. 된장찌개가 다른 사람들에겐 평범한 지 몰라도 저에겐 절대 평범한 음식이 아니거든요."
 "왜?"
 "좀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죠. 우리 어머니가... 음... 이렇게 집안의 치부를 밝히게 되나니.. 큭. 어머니의 요리솜씨가 좀... 그래서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요. 어느날 친구 녀석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 어머니가 된장찌개를 끓여주시더라구요. 그 맛이란... 흠.. 그 이후로 된장찌개를 좋아하게 됐죠. 근데 식당에서 끓이는 건 달기만 하고 맛이 없고, 어머니한테 끓여달라고 하기엔.. 생명의 위협이.. 그래서 좋아하는 음식이자 특별한 음식이 된거라구요."
 "흠... 그래? 그거 잘 됐네. 가자."
 "어딜요?"
 "된장찌개 해줄 게."
 "네?"

 주섬주섬 쓰레기를 챙겨 일어서는 서인의 뒤를 하진은 급히 따랐다. 그러면서 머리 속으로 방금 들은 말을 이리저리 정신없이 맞춰보았다. 그리고 곧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오오. 설마 누님 직접 된장찌개를 해 주신다는 거에요?
 "왜 싫어? 의심스러워? 그냥 술집으로 갈까?"
 "아! 아니요. 안 싫어요. 절대!"
 "그럼 따라와."
 "네."

 조금 걷자 곧 익숙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몇 번 왔었던 서인의 집 앞이었다. 서인이 곧 열쇠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서자 약간 주춤한 걸음으로 하진이 따라 들어갔다. 하진의 가슴은 이미 쿵광거림으로 정신 없는 상태였다.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들어와. 너 데리고 올거라 생각 안해서 안 치웠으니깐."
 "무슨 기대요?"
 "여자 방이라고 핑크색으로 장식되어 있을 거라던지 레이스가 달려있을거라든지 인형이 가득할 거라든지 그런 기대 말이야."
 "우~. 누님한테 그런 거 기대 안해요."
 "뭐야?"
 
 홱하고 돌아보는 서인의 매서운 눈초리에 움찔한 하진은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했다. 서인은 방으로 들어서며 대충 떨어져 있는 이부자리를 대강 정돈 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들을 걸었다. 그리고 구석에서 방석을 하나 꺼내어 하진에게 권했다. 

 "일단 여기 앉아 있어. 심심하면 티비 보고."
 "네."

 하진의 눈은 이미 방 여기저기로 향하고 있었다. 서인은 좀 깔끔하게 치워둔 다음에 부를 껄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를 확인하니 대강 찌개를 끓일만한 재료들이 보였다. 뚝배기에 물을 올리며 서인은 왠지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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